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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빼곡하던 산속에 텐트를 치고 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강산이 세 번 바뀌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의 곁에는 항상 젖소들과 두 딸들, 그리고 남편이 함께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젖소를 키우며 아웅다웅. 고단하지만 즐거운 삶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저희 부부는 머리 허연 촌부가 되어있었습니다. 지난 세월이 빠르게 느껴질 만큼, 무섭게 변하는 세상살이에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은 소처럼 느릿하고 여유롭게 자연의 정기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젖소를 키우고, 우유를 짜고, 유제품을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지금까지 지켜온 삶의 방식을 지키려고 합니다.
마냥 어린 줄로만 알았던 두 딸들이 어느새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딜 무렵의 제 나이만큼 자랐습니다. 목장의 딸로서 수줍게 자라난 두 딸들과 배우자. 그리고 그들의 분신들이 모인 이곳 은아목장에서 저희 가족은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가 사는 터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몰두할 것입니다. 건강한 젖소들이 매일 만들어내는 신선한 우유를 바탕으로 기본과 원칙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는 좋은 먹거리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15년간 우유만 생산하던 은아목장을 낙농업은 물론, 유가공 낙농 관광지로 발전시켰습니다. 의욕과 꿈에 앞서 도전정신 하나로 앞만 보며 달려온 시간들이 가져온 성과입니다.하지만 은아목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동안 준비하고 노력했던 지혜와 비전을 실천함으로써, 저희 가족의 희망가를 이곳 은아목장에서 펼치겠습니다. 대를 이어 살아가는 은아목장의 꿈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곧 은아목장에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납니다. 그 아이가 먹고 마실 유제품을 만든다는 마음과 정성으로, 장차 이 아이가 살아갈 터전으로써 은아목장을 다듬고 가꾸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